내 전공이 정보조직이 아니었다면, 아래 글들을 지나쳤을 지 모른다.
신기해 하거나 애석해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3. "몇해 전부터 그곳 점자도서관의 사서는 네가 와주길 청했지만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다른 일과 겹쳐서 응하지 못했다고. 초봄에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고도. 막 너의 신간이 출간된 때였다. 점자도서관 사서는 너의 신간을 가지고 점자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중략) ... 사서가 점자로 책을 만드는 걸 허락해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사서가 '허락'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면 네가 점자도서관에 가는 일은 이번에도 성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서가 발음한 '허락'이라는 말이 너의 마음을 움직였다. (중략) 사서는 점차책이 완성될 무렵이 11월이고 11월은 '점자의 날'이 있는 달이라고 했다. 그날 도서관에 와서 책 기증식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일이 왜 이렇게 되어가지? 싶었으나 그러지요, 한 말을 번복할 수는 없었다. 초봄의 일이라 11월이면 먼 날이라고 여긴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 엄마를 부탁해(2008). 신경숙. 창비. p.39-40.
2. "과거에 도서관은 정보를 모아놓은 하나의 장소를 의미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정보의 집적에서 이 장소의 구속을 파괴해버렸다. 오늘날 정보는 수많은 장소에 산포된다. 여기서 정보는 '분류'되는 대신에 위계질서 없이 '링크'된다. 인터넷은 디지털 시대에 환생한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이다. 도서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검색이다. 전통적 도서관에서는 기다란 서랍에 빽빽이 꽃힌 카드와 책 뒤에 붙은 색인이 인터페이스의 역할을 했다.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도서관에서는 검색엔진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 크로스(2009). 정재승, 진중권. 웅진지식하우스. p.45.
1. "머지 않아 방 안에 앉아서도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보게 될 날이 올 겁니다"
- 백년동안의 고독(1967). 가브리엘 마르케스/임호준 옮김. 고려원미디어. p.13.